산수몽(Sansoomong)

이재열은 전통 진경산수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한국의 동시대 작가이다. 한국화에 대한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바탕으로, 그는 동아시아 고전 산수화가 지닌 철학적 본질과 현대적 표현의 자유를 결합한 대표 연작 <산수몽(Sansoomong)>을 구축해왔다. 장지와 아크릴을 주요 매체로 사용하며, 형식성과 환상성이 공존하는 회화적 세계를 탐구하고, 동양의 필법과 서양의 구성 감각을 융합한 장르 확장적 시각 언어를 형성한다. 〈산수몽〉에서 이재열은 비 온 뒤 안개 낀 산, 연무에 감싸인 숲과 같은 일상의 순간에서 포착된 몽환적 이미지를 바탕으로 초월적이고 비현실적인 풍경을 구성한다. 이 세계에서 자연은 배경이 아닌 살아 있는 존재로서, 나무는 흔들리고 구름은 의지를 지닌 듯 흐르며, 이름과 형태가 규정되지 않은 생명체들이 자유롭게 부유한다. 이러한 요소들은 고정된 해석을 거부한 채, 작가와 관람자 모두를 의미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허물어진 열린 사유의 공간으로 관객을 초대한다. 그의 회화는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는, 그저 거닐고 사유하며 상상할 수 있는 시각적 자유의 세계를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