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물성, 그 사이
Jan 5, 2026
Kozo Kozo(코조)의 작업은 정교한 묘사와 절제된 색채 감각을 바탕으로, 고전 회화의 조형 언어를 동시대적 시선으로 재구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타투 작업을 통해 축적된 미세한 선과 밀도 높은 표현 방식은 캔버스로 옮겨지며, 인물과 자연, 상징적 요소들이 하나의 화면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된다.
화면 속 이미지는 단순한 재현에 머무르지 않고, 시각적 긴장과 서정성을 동시에 품는다. 세밀하게 구축된 디테일과 화면 구성은 관람자로 하여금 이미지의 표면을 넘어, 그 이면에 놓인 감정과 서사를 천천히 따라가게 만든다. 코조는 전통적인 회화적 어법을 존중하면서도 매체와 장르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들며, 동시대 회화가 가질 수 있는 확장된 감각과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Mr. Brainwash Mr. Brainwash(미스터 브레인워시)는 스트리트 아트와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차용해, 현대 시각문화의 소비 방식과 이미지의 반복을 탐구해온 작가다. 사진, 실크스크린, 페인팅, 콜라주 등 다양한 매체를 병치하는 그의 작업은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라기보다, 시각 정보가 중첩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에 주목한다. 그의 화면에는 예술사적 아이콘과 대중문화의 상징, 광고 이미지와 정치적 표식이 혼재하며, 이는 고유한 의미를 유지하면서도 끊임없이 변형된다.
이러한 방식은 원본성과 복제, 고급 예술과 대중 이미지의 경계를 흐리며, 동시대 시각 환경이 지닌 속도와 과잉을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작업은 스트리트 아트의 즉각성과 팝 아트의 시각 언어를 기반으로, 이미지가 소비되는 방식 그 자체를 하나의 풍경처럼 제시한다. 그 결과 작품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관람자가 익숙한 이미지들 사이에서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도록 유도한다.
Bisco Smith Bisco Smith(비스코 스미스)의 작업은 문자와 색채를 중심으로, 회화와 스트리트 아트의 경계를 유연하게 가로지른다.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텍스트와 추상적인 화면 구성은 언어가 지닌 의미와 리듬, 그리고 감각적 반응 사이의 관계를 탐색하는 데 초점을 둔다. 그의 화면에서 문장은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색과 형태 속에 흡수되어 하나의 시각적 요소로 기능한다. 문자들은 해체되고 겹쳐지며, 의미는 고정되지 않은 채 관람자의 경험과 해석에 따라 확장된다.
이러한 방식은 언어를 읽는 행위와 이미지를 바라보는 감각 사이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비스코 스미스는 스트리트 아트에서 출발한 즉각성과 에너지를 유지하면서도, 회화적 밀도와 색면의 조형성을 통해 작업의 영역을 확장해왔다. 그의 작품은 텍스트와 추상이 공존하는 화면을 통해, 동시대 회화가 언어를 다루는 또 다른 방식을 제시한다.
Jason Martin Jason Martin(제이슨 마틴)의 작업은 물감의 물성과 행위성을 전면에 드러내는 추상 회화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두꺼운 유화 물감을 화면 위에 직접 밀어 올리고 회전시키는 반복적인 동작은, 회화를 이미지의 재현이 아닌 물질과 움직임이 기록된 장으로 인식하게 만든다. 화면에 형성된 소용돌이와 리듬감 있는 결은 작가의 신체적 행위를 고스란히 반영하며, 빛과 시점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표면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표면은 고정된 형태라기보다, 시간과 움직임이 응축된 흔적으로서 작동한다.
제이슨 마틴의 회화는 미니멀리즘 이후 추상 회화가 물성과 감각을 어떻게 새롭게 사유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색채와 질료, 반복적 제스처가 결합된 그의 작업은 관람자로 하여금 회화를 바라보는 행위 자체에 집중하도록 이끈다.
Chun Kwang Young Chun Kwang Young(전광영)의 작업은 한지를 감싼 삼각형 모듈의 반복을 통해, 한국적 재료와 기억의 층위를 공간적으로 구축해온 조형 작업으로 전개된다. 화면을 가득 메운 집적된 형상은 단순한 패턴을 넘어, 축적과 시간, 그리고 개인적·집단적 기억이 응축된 구조로 읽힌다. 작가가 사용하는 한지는 과거의 문서와 책에서 비롯된 재료로, 물질 그 자체가 하나의 서사를 품고 있다. 수천 개의 모듈이 손의 노동을 통해 결합되며 형성된 화면은, 가까이에서 볼 때와 멀리서 마주할 때 전혀 다른 감각을 드러내며 관람자의 시선을 이동시킨다.
전광영의 작업은 단색화 이후 한국 현대미술이 물성과 반복, 수행적 행위를 어떻게 확장해왔는지를 보여주는 한 사례로 자리한다. 조형적 밀도와 명상적인 구조가 결합된 그의 작품은, 시각적 경험을 넘어 시간과 기억을 사유하는 장으로 기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