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판화의 선구자
황규백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판화 작가로, 메조틴트 기법을 현대적으로 승화시켜 독특한 조형세계를 구축했다. 1970년대 파리에 거주했을 시기에 제작된 판화들은 바르셀로나를 비롯해 파리, 미국 등의 국제전에 출품되어 많은 컬렉터들과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특히 그는 1984년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사이 톰블리 등 작가 16인이 참여한 사라예보 동계올림픽 공식 포스터 제작을 위해 기획된 작품집에 수록되는 판화를 제작하여 해외에서 판화가로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립하였다. 그는 1968년 일찍이 파리로 도불하여 에꼴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했고, 같은 시기에 아틀리에 17에서 판화를 배웠다. 파리에서 그는 에칭, 애쿼틴트 등 판을 화학적으로 부식시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간접 묘화 법을 통해 판화를 익혔다. 1970년 그는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판위에 물리적인 방법을 통해 이미지를 직접 그려나가 섬세한 디테일을 묘사하기에 적합한 메조틴트 판화를 집중적으로 제작하였다. 2000년 한국으로 귀국한 뒤, 황규백은 붓을 들어 회화 작업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 이 시기 그는 평소 예술적인 영감을 받았던 이탈리아로 여행을 떠나, 프레스코 벽화에서 그의 작업의 기법적 토대를 찾았다. 캔버스 위에 만들어진 거친 마티에르와 그 위에 정교하게 그려진 이미지들의 미묘한 대조는 판화에서 벗어난 자유로움과 새로운 차원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국 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