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노트]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Oct 5, 2026
그림을 보러 갔다가, 그림 안에 들어서게 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만난 이대원전. 약 70년 화업을 유화 120여 점으로 돌아보는 회고전입니다. 가로로 길게 뻗은 말년의 대형 회화가 전시실 네 면에 걸리고, 바닥까지 색이 번져 있어 서 있는 자리마저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그림 앞 의자에 앉아 천천히 고개를 돌리면 사방이 그림입니다. 눈이 닿는 곳마다 선명한 색이 가득해, 황홀하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멀리서는 꽃이 핀 나무와 농원이, 가까이서는 촘촘히 쌓인 색점과 짧은 선이 보입니다. 몇 걸음 다가서고 물러서는 사이, 같은 그림에서 못 보던 곳이 눈에 들어옵니다.
1960년대의 사과나무부터 2000년대의 농원까지, 과수원을 수십 년 동안 그린 이대원. 환한 색을 따라가다 보면, 붓질이 쌓인 시간이 슬며시 느껴집니다. 전시장을 나선 뒤에도 네 벽의 그림과 바닥에 어른거리던 색이 남습니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하늘 맑은 이 계절, 덕수궁을 걷다가 이대원의 농원에도 들러 보세요.
- Info
- 이대원: 당신을 슬프게 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 2026. 8. 6. – 11. 8.
-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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