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노트] En attendant: 기다리며
Apr 6, 2026
강원 원주 뮤지엄 SAN에 다녀왔습니다.
뮤지엄 SAN에서 국내 작가 개인전이 열린 건 이번이 처음. 이배는 30여 년간 숯을 재료로 조각하고 그리며, 수묵의 여백을 확장해 온 작가입니다.
입구에 들어서면 바로 <불로부터>가 놓여 있습니다. 높이 8m의 숯 기둥인데, 조형이라기보다 실제 숯 덩어리를 그대로 세워둔 느낌에 가깝습니다.
전시는 미술관 입구부터 전시장 로비, 3개의 전시장 그리고 야외 공간까지 이어집니다. 총 6개 공간을 따라 이동하면서 회화, 조각, 설치, 영상 작업을 순서대로 보게 됩니다.
화이트 공간인 청조갤러리 1에서는 벽과 바닥을 흰 종이로 덮고, 흰 조형물을 함께 배치했습니다. 멀리서 보면 거의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작가가 직접 박은 약 3만 5천 개의 스테이플러 심이 만들어낸 ‘붓질’이 드러납니다. 이어지는 블랙 공간에서는 바닥의 붓질과 쌓아둔 숯 덩어리가 이어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듭니다. 같은 검정처럼 보이지만, 나무 종류에 따라 질감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집니다.
야외로 나가면 <붓질> 연작이 이어집니다. 숯 덩어리를 쌓아 올린 형태의 브론즈 조각인데, 산의 높이와 지붕선 사이에 놓이면서 주변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전시를 따라 이동하다 보면 같은 재료를 사용한 작업인데도 공간마다 보이는 방식이 달라집니다. 크기와 빛, 거리의 차이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덩어리로 보이고, 어떤 곳에서는 선이나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이배 작가의 작품을 함께 보는 묘미가 있는 전시! 한 바퀴 돌아 나오면 처음 봤던 숯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 Info
- 〈En attendant: 기다리며〉
- 2026.04.07 – 12.06 (월 휴관), 10:00 – 18:00
- 뮤지엄 SAN(강원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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