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배
Lee Bae
Korea, 1956
검은 숯의 항해
이배 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졸업 후 1990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에서 작업해왔다. 그는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숯'이라는 물성을 탐구하며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더해 회화, 조각, 설치 등 다양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프랑스, 뉴욕, 청도를 오가며 숯이라는 향토적인 재료와 흑백의 서체적 추상을 통해 한국형 모노크롬 회화를 선보여 왔다. 흰 바탕에 강렬한 검은 획이 독특한 조화를 이루는 그의 작품에서는 동양적인 분위기는 물론, 추상과 평면성이라는 현대 미학의 중요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검은 숯을 갈아 제작하는 평면 작업부터 대형 숯을 전시장 안에 세우는 대형 설치 작업까지 숯이라는 재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작가는 ‘모든 것을 태우고 난 검은 숯에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근원적인 힘이 스며 있다’고 말한다. 나무로 태어나 자신의 몸을 태우고 숯이 되어 땅으로 돌아가는 순환구조가 보는 이를 시간에 대한 성찰을 향해 이끈다는 것이다. 2018년 프랑스 문화예술훈장 기사장 수훈, 2000년도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하였다. 국내 및 중국, 뉴욕, 프랑스 유수의 미술관에서 4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24 베니스비엔날레, 2023년 뉴욕의 심장부인 록펠러센터 채널가든에 ‘불로부터(Issu de Feu)’ 작품을 설치해 거장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