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Kim Byung Jin
Silkscreen




작업에 판화를 접목하면서 나는 관계를 바라보는 방식에 또 하나의 시각을 더하게 되었다. 그동안 진행해 온 드로잉 작업에서는 직접 그리는 행위 속에서 나타나는 손끝의 붓 터치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람의 손에서 비롯된 터치는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긴장과 온도, 그리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흐름을 담아내는 요소였다.
이번 에디션 작업에서는 판화라는 매체를 통해 다른 방향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판화는 반복적인 제작 과정을 기반으로 하나의 이미지를 향해 동일한 과정을 여러 번 수행한다. 이 반복 속에서 형태와 색은 점점 더 명확한 구조를 갖게 된다. 판화 특유의 선명한 색감은 각각의 형태를 또렷하게 구분 짓고, 반복되는 과정은 관계 속에 존재하는 패턴과 질서를 드러낸다.
이는 나의 작업에서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수직과 수평의 개념 역시 이 과정 속에서 또 다른 방식으로 드러났다. 서로 다른 방향성을 지닌 두 축은 화면 안에서 교차하고 긴장을 형성하며 관계의 구조를 만들어낸다.
판화 작업의 반복적인 행위는 원하는 이미지를 향해 계속해서 시도하는 과정이며, 이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우리의 삶과도 닮아 있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판화가 관계의 구조와 본질을 탐구하는 또 하나의 가능성을 지닌 매체임을 발견했다.
_ Kim Byung 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