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본질을 듣는 물성의 탐구
1919년 한국에서 태어난 곽인식은 1930년대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하며 예술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그는 서구 미술의 주요 흐름을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한편,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술 언어를 찾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시도했다. 1960년대 초에는 재료의 물성에 집중한 작품을 선보이며, 화면에 변형을 가하거나 돌, 유리, 철판 등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창작의 영역을 넓혔다. 그는 “사물의 말을 듣는다”는 표현처럼 재료에 대한 수행적 행위를 통해 물성을 깊이 탐구하였다. 1970년대 중반 이후에는 전통 일본 종이에 작고 단순화된 타원형을 맑고 투명한 색상으로 펼쳐내는 구성 회화를 선보이며, 동양적 신비감을 담은 평면 회화를 창출했다. 또한, 자연스러운 돌에 조형적인 표정을 부여하는 작업과 도자기용 점토를 활용한 형상도 자유롭게 구현하며, 사물을 있는 그대로 놓아두는 방식으로 사물과 공간, 위치, 상황, 관계 등을 탐구하는 ‘모노하’ 사조에 탁월한 감각을 발휘했다. 곽인식은 일본에서의 활발한 활동 속에서도 한국 미술계와 지속적으로 교류하였다. 그는 50여 차례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1968년 동경 국립근대미술관에서 열린 ‘한국현대회화전’, 196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1970년 ‘한국 현대작가전’, 1971년 ‘한국 현대회화전’, 1977년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전’ 등 다수의 중요한 전시에 참가하였다. 1985년에는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그의 예술적 여정을 돌아보는 기회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