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쁜 삶을 그리는 방식, 이보윤

Apr 17, 2026

[인터뷰] 예쁜 삶을 그리는 방식, 이보윤

“우리의 삶을 예쁘게 바라보는 작가, 이보윤입니다.”

이보윤의 그림에는 집이 있고, 별과 달이 있으며, 풍선이 떠 있다. 누구나 익숙하게 알고 있는 이미지들이지만, 작가의 화면 안에서는 조금 다른 마음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자신의 삶과 가족, 그리고 지나온 감정들을 집이라는 형상 안에 담아낸다. 별과 달, 풍선, 고양이 같은 요소들은 삶을 조금 덜 무겁게 만들고, 스스로를 반짝이게 하기 위해 불러온 존재들이다.

이보윤
이보윤 작가 Photo by ARTN Edition

Q. 미술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자연스러웠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잘 그렸고, 늘 그림을 그리는 아이였어요. 미술을 해야 할지 고민하기보다, 그냥 계속 그려온 것 같아요.

Q. 디자이너에서 작가로 전향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일을 했지만, 저와는 잘 맞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어요. 디자이너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맞추는 일이 많잖아요. 그런데 저는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제가 느끼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회사를 그만두고 아시아프 공모전에 지원했어요. 그 과정에서 예상보다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작가의 길로 이어졌어요.

Q. 다양한 주제 가운데 ‘집’을 그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가님에게 집은 어떤 의미인가요?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던 것 같아요. 제 삶의 흐름이 그 방향으로 흘러온 거죠. 저에게 집은 저 자신이고, 가족이고, 삶이에요. 완벽하지 않은 나지만, 나를 둘러싼 것들을 예쁘게 바라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제 삶도 조금 더 예쁘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Q.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양이, 별, 달, 풍선 같은 요소들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예쁜 삶을 살고 싶어서 그리기 시작한 것들이에요. 별과 달, 풍선은 저를 반짝이게 해주고, 응원해주고, 삶이 너무 가라앉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요소들이에요.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해주는 존재들이기도 하고요. 고양이는 제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자아에 가까워요. 독립적이고 도도한 모습이 좋아서 그리게 되었고, 어쩌면 제가 닮고 싶었던 모습이기도 해요.

이보윤 작가 작업 사진
이보윤 작가 작업 사진

Q. 색연필, 아티스트 펜, 오일파스텔, 자개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는 이유가 있을까요?처음에는 환경 때문이었어요. 작은 교자상 위에서 작업을 시작하다 보니 유화나 아크릴을 사용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지금의 재료들을 선택하게 됐어요. 자개는 밤하늘의 반짝임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하던 중, 우연히 받은 자개 조각을 테스트하면서 사용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제 작업에서 중요한 재료가 되었고, 점점 더 잘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고 있어요.

Q. ‘두근두근 내 인생’, ‘별밤 소풍’처럼 동화 같은 제목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듣고 싶습니다.저는 이미지와 제목이 거의 동시에 떠오르는 편이에요.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첫 생각을 그대로 믿는 편이고요. 일상의 순간이 그대로 제목이 되기도 해요.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먹고 밤 산책을 하던 날, 정말 큰 별들과 소풍을 나온 기분이 들었어요. 그렇게 ‘별밤 소풍’이라는 제목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죠.

Q. 시리즈마다 전하고 싶은 감정이나 이야기가 있다면요?모두 제 삶에서 느껴온 감정들이에요. 숲 시리즈에는 평안과 위로를, 풍선에는 설렘과 사랑을, 별과 달에는 삶에 대한 진심을, 별똥별에는 일상의 작은 행복을 담고 있어요. 결국은 제가 살아가면서 붙잡고 싶었던 감정들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Q. 여러 역할 속에서 작가로서의 삶의 균형은 어떻게 유지하나요?가족의 도움이 가장 커요. 배우자도 많이 이해해주고,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엄마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부모님도 늘 많은 도움을 주시고요. 혼자였다면 쉽지 않았을 텐데, 주변의 배려 덕분에 작가로서의 삶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Q. 작가님이 생각하는 ‘행복’은 무엇인가요?결혼 전과 후가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이게 행복이다”라고 비교적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어요. 요즘 제가 생각하는 행복은 소소한 일상에 가까워요. 아이들과 웃고, 함께 시간을 보내고, 무사한 하루를 살아내는 것. 지금은 그런 순간들이 제게 가장 큰 행복이에요.

Q. 작품을 어떻게 바라봐 주시면 좋을까요?제 작가노트에 이런 문장이 있어요. “그림을 보는 순간만큼이라도, 그 행복이 온전히 다 내 것이라는 평안이 찾아오기를.” 그림을 보시는 짧은 순간만큼이라도 마음을 조금 내려놓고 편안해지셨으면 좋겠어요.

이보윤의 그림은 삶을 더 아름답게 꾸미려는 환상이 아니라, 오늘을 조금 더 다정하게 살아가기 위한 마음에 가깝다.

Interview by ARTN Edi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