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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미지
김창열 Kim Tschang Yeul
Korea, 1929

물방울로 존재와 소멸을 이야기하다

김창열은 1972년부터 물방울을 소재로 다루면서 '물방울 작가'로 불리기 시작했다.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국내 및 해외 미술계에서도 미학적 논의와 관심을 불러일으켜 한국 현대미술의 큰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다. 1969년까지 추상화를 그리다가 1965년부터 1971년까지 뉴욕 체류 이후 사실주의화가로 변모했다. 그는 당시 추상표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유행하던 팝아트와 미니멀리즘에서 탐색과 실험의 계기를 찾았다. 팝아트에서는 재현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 영감을 받았고 미니멀리즘에서는 형태와 구조에 대한 자극을 얻었다. 1970년부터 ‘현상’이라 불리는 그림을 그렸는데, 음울한 회색톤 형상이 색면 내부로부터 흘러나와 물방울 그림에서 보게 될 회색톤 기법의 전조가 되었다. 캔버스에 점액 모양의 거대한 방울이 나타난 것도 그때였다. 1972년 파리의 권위 있는 초대전 살롱 드 메(Salon de mai)에 물방울 작가로 데뷔했다. 극사실주의적 필치로 그려내는 그의 물방울 작품은 초기의 응집력이 강한 영롱한 물방울에서 최근의 표면장력이 느슨해 바탕으로 스며들기 직전의 물방울까지 다양하게 이어졌다. 이러한 독보적인 화풍과 주제 의식은 한국 앵포르멜 운동을 이끌며 한국 현대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그의 작품은 독창적인 표현 방식과 깊이 있는 철학적 메시지로 인해 한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2024년 갤러리현대에서 3주기 회고전이 열리는 등 타계 이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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