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가가 보여주는 목판화의 조형미

김효제는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조각 전공자로 판화계에 발을 들여 놓은 이후 자연의 이미지를 서정성 가득한 화면에 채운 목판화로 주목 받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알리고 더 만나기 위해 판화 중에서도 특유의 둔탁함과 선을 표현하는 목판화를 선택했다고 한다. 김효제의 판화는 산이나 섬, 길 등 자연의 이미지를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로 변형하여 조형적 특성을 보여준다. 유성물감을 사용해 찍어내는 독특한 프린팅 기법으로 일반적인 원근법과는 달리 표면과 이면의 거리를 나타내며 은근하고 깊이 있는 색의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단순히 자연의 이미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상당히 종교적이고 형이상학적인 내용의 소재를 사용하기도 했다. 목판화면서도 마치 연한 파스텔로 직접 그린 듯한 중성적 색채는 그의 남다른 감수성을 보여준다.